겨울철의 남해는 아름답다.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에메랄드색의 바닷물을 햇볕이 따스하게 인사한다. 불가사리들은 바닷속 바위에 올라가 일광욕을 즐기고 해초들은 잔잔한 바닷물결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춘다.
작은 물고기 떼는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다가 간혹 더 큰 물고기가 보이면 놀래 몸을 숨긴다. 백로는 바다 위에 올라와 있는 바위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동양화에 나온 듯 우아하게 폼을 잡는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면 이따금 바람이 불어 풍경을 움직여준다.
가족과 함께 부산을 시작으로 거제도, 통영, 그리고 남해를 9박 10일 여행했다. 낙동강의 하류가 게으른 기지개를 켜듯 느긋한 나그네처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보았다.
가는 길 오는 길
같은 듯 다르다
가는 길은
기대감에 부풀어
먼 길도 가깝고
무거운 짐도 가볍다
오는 길은
바람이 밀어주어
풍선처럼 떠 올라
두둥실 날아간다
내려다보니
익숙한 길들이 보이고
정겨운 추억이 펼쳐진다
새벽이 오자 파도는 준비운동을 한다
바람이 불자 파도는 달리기 시작한다
어제도 만나지 못한
바위 위의 연인을 만나려고
도약한다
하지만 간절한 소원은
하얀 물거품과 함께
사라진다
그의 윙맨인 파도는
더 강하게 밀어주겠다고
약속한다
내 나름대로 날개짓하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빠르지도 않게
너무 느리지도 않게
기회를 놓치지 않게
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나는 일자로 날지만
너는 포물선으로 고꾸라지는구나
만남은 늘 어렵고
순간은 지나치기 쉽다
그러다 찰나가 오면
바삭하는 그 소리가
환희의 기쁨이다
나무는 바람에 따라 움직입니다
새들은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따스한 햇볕을 즐깁니다
바다에는 해초가 있고
해초는 물결에 따라 움직입니다
물고기들은 해초와 바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일광욕합니다
예술가의 시간
밤은 춥고
새벽은 더 춥지만
내 노래가 그대를 따뜻하게 해 줄게요
구름은 어둡고
하늘은 더 어둡지만
내 붓이 그대를 밝게 칠해 줄게요
물감은 화려한 옷이 되고
별들은 풍등으로 내려와
온 마을을 환하게 비춘다
피아노 건반은 계단이 되니
주민과 여행자의 대화는
하나의 음악이 된다
하늘에 올린 풍등은
지상의 별똥별이 되고
땅으로 내려온 밤은
소원을 빛나게 한다
훌륭한 음식이 아니면 어떠리
추억은 가장 비싼 안주이고
이야기는 목을 축일 술인데
의자가 없으면 어떠리
어차피 흥에 겨워
앉을 겨를도 없는데
술잔을 기울일 때
회포는 풀리고
과거는 모락모락 피어난다
포차는 아름다운 인생이
영화로 제작되는 곳
바람이 불어도 괜찮아요
이참에 가지 좀 흔들면서
친구와 이야기하죠
눈이 와도 괜찮아요
조금은 추워도
우리가 가장 예쁠 때거든요
우린 가늘어도
함께라서 강합니다
바로 올라가기엔 가파르거든요
우회로가 내리막길이여도
속상해하진 마세요
때로는 달콤한 휴식이
내일의 발자국을
더 가볍게 할 테니깐요
정상은 가까워질수록
먼 느낌이 듭니다
서두르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세요
정상뿐만 아니라
지금 걷는 길도
아름답거든요
참 좋습니다
바람도 막아주고
힘들면 기대도 되고
당신은 나의
든든한 벽입니다
잠시 머물다 갑니다
움푹 파여있어서 다리 뻗기 좋네요
햇볕 쬐기에도 좋아요
누구에게는 긴 시간,
누구에게는 짧은 시간이네요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봄이 오자 노인의 마당에는 새싹이 돋아났다. 노인은 아름다운 나무가 될 새싹을 정성스럽게 돌보았다.
어느 날 나무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힘들다고 불평했다. 노인은 자기 집에 있는 창문을 떼서 온실을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 나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떠내려갈 거 같다고 불평했다. 노인은 비가 오면 나무를 자기 집 안으로 옮겼고 해가 뜨면 나무를 마당으로 옮겼다.
어느 날 나무는 토양이 좋지 않아서 크게 못 자란다고 불평했다. 노인은 자기 집에 있는 귀중한 물품들을 팔아 거름을 주었다.
그렇게 노인은 나무를 아낌없이 축복했고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다. 노인은 행복했다.
어느 날부터 노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무는 노인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혼자서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었고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았다. 땅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서 가뭄이 와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소년이 다가왔을 때, 나무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었다.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마음을 기대감으로
채우고 왔습니다.
설렘은 기쁨으로,
기다림은 환희로,
만남은 즐겁습니다.
하루 더 머문다고
아쉬움은 가시지 않습니다.
지금은 잠시 헤어져야 하거든요.
돌아가는 길,
기대로 찼던 자리를
아쉬움으로 채웁니다.
풍선은 매년 더 커질 겁니다.
당신이 크게 불거든요.
우리, 다시 만나요.
글/사진: 김시영
카메라: 고모부가 주신 소니 A7
렌즈: 삼양옵틱스 AF 35mm F2.8 FE
It’s great to see these emotional scenes again.
Let’s go to Gangwon-do this winter and leave our footprints together. See you soon!